"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상품을 휴대폰으로 구매한다."
홈쇼핑업체들이 카탈로그, TV, 유선인터넷을 거쳐 모바일(M)커머스 시장까지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M커머스의 시장성에 대한 홈쇼핑업체의 평가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장 가능성이 분명하다'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뛰어드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며 M커머스 시장 진입은 해놓은 채 다른 업체의 행보를 지켜보는 업체가 있다.
이런 입장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M커머스의 기반인 무선인터넷이 단순히 유선인터넷을 대체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선인터넷 비활성화와 M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부재, 데이터 통화료 부과, M커머스 전문 인력과 경험 부족이다. 홈쇼핑업체들이 M커머스에서 성공하느냐 여부는 이런 복병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 제휴몰 vs 독립몰
M커머스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동통신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휴대폰으로 상품열람에서부터 구매까지 하는 것이다.
M커머스 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통사의 자체 무선인터넷 사이트(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에 제휴를 통해 입점하는 제휴몰과, 홈쇼핑업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독립몰이 있다.
제휴몰은 흔히 소비자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듯이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에 접속한 후 M커머스 관련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된다. 4개 TV홈쇼핑 업체들은 현재 SK텔레콤 네이트에만 입점해 있다. 유선 인터넷 네이트에 쇼핑몰이 입점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독립몰은 이동통신사 무선인터넷 사이트와는 별도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망개방사이트로 접속 경로가 외부에 있다. 보통 '윙크(WINC)'라고 하는,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숫자로 된 번호를 누르고 접속한다. 유선 인터넷에서 쇼핑몰 주소를 직접 접속하는 것과 비슷하다.
◇홈쇼핑 모바일 주소(윙크)
홈쇼핑업체 | CJ홈쇼핑 | 롯데홈쇼핑 | GS홈쇼핑 | 현대홈쇼핑 |
윙크주소 | 2525 | 452 | 647 | 8000 |
제휴몰과 독립몰은 접속경로가 다를 뿐, 결국 동일한 사이트다. 제휴몰은 좋은 자리에 배치되는 것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이통사에 입점료나 거래액의 일부분을 수수료를 낸다. 독립몰은 이통사에 수수료를 줄 필요가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무선인터넷 이용은 대부분 이통사의 사이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M커머스 매출도 주로 제휴몰에서 발생하고 있다. CJ홈쇼핑 관계자는 "CJ의 경우 SK텔레콤의 제휴몰이 전체 매출의 55%에 달하는데 이것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다른 홈쇼핑업체는 현재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쇼핑 업체 M커머스 경쟁력 갖춰
4대 홈쇼핑업체 중 CJ홈쇼핑이 지난해 1월 제일 먼저 M커머스를 시작했으며 현대홈쇼핑이 지난 5월 중순에 막차로 합류했다. 현재 M커머스 시장에는 홈쇼핑 외에 G마켓, 옥션 등 유선인터넷 전문 쇼핑몰업체와 백화점 등 대부분의 유통업체 등이 진출해 있다. 그 중에서 현재 SK텔레콤의 자사 쇼핑몰인 '네이트옥션'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M커머스는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업체가 드물고, 이 매출도 불안정해 할인쿠폰 발송, 특가 상품 이벤트 등 프로모션을 하면 올라가고 프로모션을 중지하면 매출이 급락하는 판국이다. 수지타산을 맞춰 흑자를 내고 있는 업체도 없다. 아직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말 그대로 M커머스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다.
M커머스는 오랫동안 모바일의 킬러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올초 M커머스에 활성화에 불을 붙인 것은 3G 방식인 WCDMA·HSDPA의 등장이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또한 단말기 사양도 좋아져 소비자들은 보다 커진 화면에서 손쉽게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미지 등을 통해 상품을 확인하는데 과거에는 이미지 전송에 수분씩 걸리고 끊기는 현상이 많아 진출을 망설였다"며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안정화돼 영상 등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 전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M커머스에서 자신들이 결제시스템과 유통인프라에서 다른 업체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이용료를 받는 기존의 콘텐츠 사업자(CP)는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는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홈쇼핑업체들은 TV홈쇼핑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또한 백화점이나 신생업체와는 달리 기존의 유통채널을 이용할 수 있어 투자비용도 상대적으로 작다.
◆ M커머스의 과제들1 : 인식부족
"사람들은 M커머스가 뭔지도 모른다."
한 업체 관계자는 M커머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들이 M커머스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M커머스가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유선보다는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많다. 그러나 국내는 유선 인터넷 사용자가 많아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 자체가 적다보니 M커머스에 대한 관심 자체가 작다. 또한 일본과 같이 화면이 작고 입력키가 복잡하더라도 국내 사용자는 사용 경험 부족으로 불편을 더 크게 느껴 이용 장벽이 되기도 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M커머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소비자에게 학습을 시켜야 한다"며 "일본도 5년 남짓 걸렸으니 M커머스 업체들도 할인쿠폰 등을 이용한 유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홈쇼핑업체는 마음만 먹으면 여러 가지 판매 창구를 통해서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TV방송, 카탈로그, 유선인터넷 쇼핑몰 등 기존 창구를 통해 M커머스에 대한 소개하면서 윙크 주소를 알릴 수 있다. 일단 소비자가 윙크주소만 인식하게 되면 제휴몰보다 더 쉽게 접속할 수 있고, 홈쇼핑업체의 수익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아직 홈쇼핑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지 않다. 데이터 통화료 부과 문제 때문이다.
◆ M커머스 과제들 2 : 데이터 통화료 문제
현 데이터 요금제도에 따르면 소비자는 검색만 해도 무조건 데이터 통화료를 내야한다. 더욱이 상품 구매시에는 이런저런 상품을 둘러보는 과정이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통화료 부담을 안게 돼 있다.
한 관계자는 "데이터 통화료에 대한 인식이 없는 소비자가 무료인줄 알고연결했다가 항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뢰가 최우선인 홈쇼핑입장에서 섣불리 마케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균 500~1천원씩 드는 데이터 통화료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통사의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 수의 10%에 불과한 400만 명 정도다.
그래서 홈쇼핑업체들은 이통사와 제휴를 통해 데이터 통화료를 부담하는 방식을 모색 중이다. 가장 먼저 CJ홈쇼핑이 SK텔레콤과 제휴해 TV 방송에서 방송중인 상품 구매 시 데이터 통화료를 과금하지 않기 시작했다. 현대홈쇼핑도 10월말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한다. 또한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 등은 KTF와 제휴해 소비자에게 데이터 통화료를 과금하지 않는 대신 거래액의 일부분을 수수료로 KTF에 주는 방법을 구상중이다.
◆M커머스 과제3 : M커머스에 맞는 상품구성 및 마케팅 전략 필요
일단 데이터 통화료 문제가 해결되면 홈쇼핑업체들은 M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단시간 내에 M커머스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업계 사람들도 M커머스에 대해 실제로 무지한 상태기 때문이다.
M커머스 사이트를 살펴보면 마치 유선인터넷 쇼핑몰의 축소판 같다. M커머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선인터넷과 휴대폰이라는 환경에 맞는 상품 구성과 홍보가 필요하다. 아직 M커머스 전문가가 없는 상황이다. TV홈쇼핑업체 중에서 GS홈쇼핑만이 M커머스 전담 사업부를 구성하고 모바일 콘텐츠 사업 분야의 실무진을 스카우트해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M커머스는 단순하게 상품 판매 창구를 하나 더 늘린다는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작은 휴대폰의 특성과 화면이 이동이 유선인터넷보다 상대적으로 잦은 점 등을 고려해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20~30대의 얼리어답터가 많은 M커머스 사용자 패턴에 맞게 상품을 구성해야 한다.
CJ홈쇼핑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전문 MD가 있을 정도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은 광고 문자메시지(SMS)를 발송해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수준"이라며 "데이터 통화료문제는 이통사와의 제휴나 상품 쿠폰 등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모바일에 맞는 상품 개발은 M커머스 사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특히 M커머스는 휴대폰의 위치 정보를 이용한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통해 다른 쇼핑몰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특화된 상품을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쓸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이통사들이 제공한 LBS정보를 이용한다면 M커머스만의 독자적인 상품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김호영 정병묵기자 bomna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