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8.20 [스크랩] 기업의 자금조달과 배분전략(하상주)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 큰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 동안 부채나 주식을 통해 싼값으로 쉽게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으로 믿고 준비를 하지 않은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하면 회사의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긴다.

주식시장에서는 경영자를 평가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자금의 배분과 관련된 것이다. 경영자는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잘 배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을 잘 배분해야 그 결과로 돈이 벌리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의 배분에는 평소에는 수익의 일부를 까먹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닥쳐올 위험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1990년대 후반 벤처 바람과 인터넷 바람이 불 때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의 지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본을 배분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하나는 어떻게 자본을 조달하는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 사업(자산)에서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의 성격이다.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성공하면 수익은 높지만 단기 자금의 금리가 올라가거나 장기 사업이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내면 자금 상환의 압박을 받는다. 반대로 장기 자금을 단기 운영자산에 배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 기준이 모든 회사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기본 원리를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사업의 성격이 있다. 투자에서부터 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고, 투자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 꾸준히 되풀이되는 경우, 예를 들면 다수의 개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각종 유통업이나 음식료업의 경우는 단기 자금으로 장기 자산에 투자해도 좋다. 그러나 반대로 투자 후 자금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거나 그 사업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즉 벤처의 성격이 강하거나 사업 환경에 변화가 심한 경우는 절대로 단기 자금으로 장기 자산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보통의 회사보다 더 많은 자금을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배분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다 보면 이런 일반적인 원리에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영업용 자산에서 많은 매출이 나오고 매출에서 많은 이익이 나오며, 이 이익이 대부분 현금성 이익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현금성 자산에 집어넣어서 그냥 단기 이자만 받아먹는 회사들이 있다. 이는 경영자가 그 여유자금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회사가 장기 성장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또 어떤 회사는 여유자금만 생기면 무조건 자회사 투자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는 여유자금이 생기면 이를 주주에게 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 여유자금을 자신이 통제하면 할수록 그만큼 자기의 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중간 관리자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자회사가 생기면 그만큼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최근에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주식시장의 남의 돈을 이용해서 자신의 기업 왕국을 갖추어 가려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자주 회사의 경영권이 바뀌고, 사업의 성격이 바뀐다. 만약 실제로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런 전략은 단순히 단기에 큰 돈을 벌기 위해서 기업의 겉모습을 요리 조리 바꾸어 패션쇼에 내보내는 것과 같다.

< 모바일로 보는 디지털타임스 3553+NATE/magicⓝ/ez-i >

Posted by ah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