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미국발 금융위험의 흡수 가능성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과잉 신용에서 오는 불안한 기운이 그 분출구를 찾아 꿈틀거리다 드디어 지난주에 미국 주식시장에서 폭발했다. 이 폭발에서 나오는 용암은 전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이 폭발의 정도가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에서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화산의 폭발이 여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 것인지 하는 점이다.
주식시장의 미래를 엿보려는 것은 무식한 자의 짓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마 인간이 가진 원시적인 심리인 호기심 탓일 것이다.
지금 진행중인 미국 금융시장의 위험 확산은 구체적으로 자금 조달 금리의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자금 제공자들이 대출·투자 자금의 회수 가능성에 겁을 먹고 1개월 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럼 과연 지난 1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장 먼저 일어났던 것은 주택 부문에서다.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서 너무 많은 돈을 빌린 결과 일부 가계가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계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이 부도 위험 가능성을 그냥 자신이 안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이라는 블랙박스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금융시장의 이 블랙박스는 앞 구멍으로 위험이 들어오면 이를 자르고 붙이고 하여 뒷구멍으로 위험이 낮은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블랙박스를 두고 금융시장의 발전이라고 불렀다.
그 런데 구체적으로 앞 구멍으로 부도라는 위험이 들어왔다. 사실 주택 부문의 위험 발생은 이미 2005년 중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 2~3월에 구체적으로 나타났었다. 이런 위험을 내리눌러 버린 것은 사실 바로 이 블랙박스의 작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블랙박스 내부에서 이 위험을 흡수하기에는 들어오는 위험이 컸다. 그래서 블랙박스는 어쩔 수 없이 뒷구멍으로 나가는 새로운 상품에 그 위험의 일부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박스의 뒷구멍에서 나오는 상품을 안전한 상품이라고 알고 있었던 투자가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겁을 먹기 시작했다. 블랙박스의 시스템 전체에 대한 믿음이 약해졌다. 이것은 자연히 부채시장에서 자금 조달 금리를 올렸다.
그 동안 부채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사람들은 이 자금으로 인수합병, 사기업화, 자사주 매입 등의 형태로 주식을 사들였다. 즉 부채시장의 확대는 자연히 주식 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제 부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이런 측면에서 부채시장과 주식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금까지 설명한 블랙박스의 비유를 가지고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의 금융시장 위험이 가라앉으려면 다음 3가지 일이 일어나야 한다. 하나는 블랙박스의 입으로 들어가는 위험의 크기가 줄어야 한다. 둘째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계속 들어오더라도 뒷구멍으로 그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이도저도 안 되면 셋째로 블랙박스의 운용 주체인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그 위험에서 오는 손실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이 3가지 길이 모두 막히는 바람에 그 위험이 주식시장에서 폭발하고 있다.
만약 이 3가지 가능성 어느 것도 작동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준 정부기구나 정부 기구가 등장해서 이 위험의 공포가 지나가기까지 잠시 위험 흡수 역할을 하든가 아니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어 위험에서 온 손실의 규모를 줄여주어야 한다. 앞으로 이 칼럼은 위의 도식으로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추적할 것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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