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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3 [스크랩] (가치투자)이상한 나라의 돈놀이
  2. 2007.07.23 [스크랩] 위험의 전이(하상주)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옛날 어느 나라에 머리가 남과 다른 왕이 살고 있었다. 이 나라는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보다 땅도 넓고 군사력도 세고 잘 먹고 잘 살았다. 몇 년 동안 풍년이 계속되다 날씨가 나빠지면서 흉년이 왔다. 백성들은 소비를 줄이지는 않고 살기 어려워졌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왕은 신하들을 불러놓고 무슨 좋은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 중 정부의 금고 책임자로 있는 경험 많고 꽤가 많은 한 노인이 돈을 찍어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돈으로 소비를 하게 하면 불평이 잦아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일을 책임진 금고 노인은 그 마을의 한 부자를 불러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돈을 빌려줄 테니 그 돈으로 사람들에게 소를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주는 장사를 한번 해보라고 제안했다. 부자는 이것이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손쉬운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지금부터 소를 담보로 싸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벽보를 붙였다. 그러자 소 값이 올라가고, 소가 없는 사람들도 돈을 빌려서 소를 사려고 했다. 소 값은 더 올라갔다. 지금 소가 없는 사람들은 영원히 소를 갖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에 서둘러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돈을 빌려서 이미 값이 많이 올라간 소를 샀다.

어느 날 대출장부를 쳐다보던 부자는 갑자기 손바닥으로 무릎을 쳤다. 그리고는 하인을 불렸다. 대출 장부에 올라 있는 스미스가 빌려간 돈을 다 갚으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에 스미스는 부도를 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부자는 하인에게 지금부터 잘살게 해줄 테니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하라고 꼬셨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출채권을 하인에게 팔면, 하인은 이 대출채권에서 나오는 우유, 송아지, 고기 또는 돈을 원하는 사람에게 각각 나누어주는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어서 돈을 받고 팔았다. 이 새로운 상품군은 너무 인기가 좋아서 이웃 마을에서도 이 마을에 물건을 팔아서 받은 이 마을 돈을 들고 이 상품을 사려고 들어올 정도였다. 이렇게 하여 부자는 빌려준 돈을 10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회수하여 다시 새로운 대출을 할 수 있었고, 부도 위험도 옆집 사람이나 이웃마을 사람에게 넘겨버릴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사람들은 소 값이 올라가자 자신들이 부자가 된 것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흉년이 왔으나 사람들은 계속 소비를 하고, 그 마을이 만들지 못하는 것은 이웃마을에서 수입해서 소비했다. 새로운 일자라도 많이 만들어졌다. 많아진 소가 길거리에서 누는 똥을 치우는 일자리도 생겼을 정도다. 모든 것은 잘 돌아갔다. 왕과 금고책임자는 자신들이 벌린 마술의 힘을 보고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 마을에는 한 선지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멀지 않아 이 마을에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약간의 그런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꾀보 노인 금고책임자는 부자에게 더 많은 돈을 더 싸게 빌려주었다. 그래서 이제 아무도 그 선지자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 초부터 빌린 돈에 대한 원리금을 갚지 못해서 한두 명씩 소를 끌고 부자에게 가서 빌린 돈 대신 주고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빌린 돈으로 산 두 마리 중에서 한 마리를 팔기도 했다. 소 값이 올라가면서 그들이 빌린 돈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소 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 연히 하인이 관리하던 돈놀이도 어려워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소에서 나올 우유, 송아지, 고기 또는 돈이 너무 비쌌고, 제대로 약속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모두 하인에게로 달려가서 자신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하인의 뒤에 숨어 있던 주인이 나서야 했으나 주인의 돈도 대부분 소를 비롯한 양, 토끼 등에 투자되어 있어서 갑자기 현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부자는 꾀보 노인 금고책임자에게 달려갔다. 꾀보 노인은 어쩔 수 없이 우선 급하게 돈을 찍어 빌려주었다. 그리고는 왕과 골방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다음 날 왕은 마을 사람들 앞에 나섰다. 소를 산 사람들 중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것이며, 만약 그래도 이들이 부도를 내면 세금을 거두어서 대신 갚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꾀보 노인도 나섰다. 만약 사태가 더 악화되면 이를 막기 위한 신비한 효과를 지닌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니 겁을 먹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지 말아 줄 것을 부탁했다. 이 두 사람의 말을 들은 부자는 하인을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Posted by ah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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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위험이 높아가면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대응은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값이 떨어져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을 팔아 버린다. 또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을 정리해 버린다. 그리고는 좀 편안한 마음으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본다.

둘째는 자신이 당할 위험을 누구에게 이전하고 싶어한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누가 그 위험을 받아먹으려고 할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능한 위험에 비해서 예상되는 수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셋 째는 이 위험 상황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자의 기회란 언제나 큰 위험과 같이 온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외환위기가 와서 많은 기업들이 부도 위험을 만나자 갖고 있는 자산을 헐값으로라도 팔려고 했다. 이때 소위 외국의 부실 자산 정리 자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모두들 겁을 먹고 몸을 사리고 있을 때 그 자산을 사서 몇 배의 수익을 남겼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투자가들은 금융시장을 비롯한 거시 환경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겁을 먹고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주택 부문에서 시작된 가계의 주택 차입금 부도 위기가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지표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계의 주택 차입금(모기지)을 기초로 만든 신용 등급별 파생상품 중에서 등급이 낮은 파생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등급이 아주 높은 파생상품의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가계의 부채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투자가들은 기업의 부채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조심을 하기 시작했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는 국채의 금리에 비해서 별로 높지 않았다. 즉 기업 부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위험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큰 위기는 언제나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아진 후에 찾아온다.

투자기관이 기업 부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자, 기업 부채를 매개로 자금을 중개하는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빠졌다. 월가의 금융기관은 얼마 전까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보이고 있는 부채에 의존한 인수합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월가의 금융기관은 인수 대상 회사가 발행하는 차입금이나 회사채를 다른 투자가에게 중개해 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투자기관이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부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래서 월가의 투자금융기관은 어쩔 수 없이 그 부채를 자산의 장부에 안고 가게 되었다. 나아가서 지금의 상태가 계속되면 기업 인수합병의 열기도 식어갈 것이다.

또한 신용 평가회사들은 그 동안 가계 주택 부채나 기업 부채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의견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 최근에 주로 가계의 주택 부채 파생상품의 투자등급을 무더기로 투기등급으로 낮추고 있다. 투자기관 중에서 자금을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운영해야 하는 각종 연기금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상품들은 정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모든 것을 종합해서 국채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내려가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채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지 금의 상황은 그 동안 실재하는 것보다 위험을 너무 낮게 평가했고, 이런 인식은 과잉신용 이라는 현상을 낳았는데, 그 지나침이 일부 조정되는 중이다. 여기서 조정이란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위험이 실제의 위험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많은 경우 그러하지만 제자리로 바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시계의 추처럼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위험을 실재하는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 위험의 평가와 과잉 신용의 핵심 주체는 월가의 금융기관이다. 이들은 만약의 경우 위험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위험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서 이전해 두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시장에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런 장치들이 작동할 것인지 어떨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주로 파생상품을 통해서 위험을 이전해 두고 있는데 이런 파생상품이 대부분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아직 그 효과를 한번도 실전에서 테스트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 약 이 위험 이전 장치들이 잘 작동하지 않아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빠지면 이들과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 중앙은행이 등장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도 지원하겠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도 이들을 지원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한여름 밤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을 것이다. 과거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다시 등장하고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미리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Posted by ah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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