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주식시장의 성격을 이해하고 이를 실전에 적용할 수 있다면 투자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다. 주식시장의 성격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주식시장을 다른 시장이나 다른 게임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을 주택시장과 비교해 보자.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주식시장은 거래 대상에 대한 정보와 거래 가격이 마치 축구 경기를 중계하듯이 실황으로 중계된다는 점이다. 주택시장은 이와 달리 거래 가격의 정보가 매우 느리게 전달된다. 만약 주택의 거래 내용이 마치 주식시장처럼 중계된다면 아마도 주택 가격의 변동 정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심해질 것이다.

투자 가들은 보통 주식시장에 비해서 주택시장의 가격이 더 안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택시장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집어넣고도 밤에 잠을 잘 잔다. 이는 바로 주택시장의 정보와 가격이 실황으로 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식투자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만약 주식투자가도 마치 주택 투자가들처럼 실황으로 중계되는 주식 가격의 변동을 무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주식시장에 집어넣고도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자. 주식에 관한 정보와 가격이 지금처럼 실황으로 중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주식 가격의 변동이 지금보다 훨씬 덜할 것이며, 주식 가격이 떨어져서 배가 아픈 경우도 덜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주식투자가들 중에서 가격 변동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가격이 올라가면 별로 문제가 없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경우에도 이를 무시할 수 있을까? 비교적 큰 폭의 가격 하락을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과연 무엇을 믿고 그러는 것일까? 한 가지 믿을 구석이 있기는 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값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종이쪽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한 기업을 통째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주식이라는 종이쪽지의 값이 내려가더라도 내가 산 기업이 장사를 잘하고 있다면 주식 가격이 떨어져도 겁을 먹지 않고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이다.

일 시적인 주식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산 회사가 지금 장사를 잘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것인지 짐작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이것은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비용이다.

그 런데 사실은 많은 투자가들이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즉 주가를 회사의 장사 결과인 이익과 비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주가이익배수 또는 PER이라고 부르는 투자지표다. 그래서 주가가 이익에 비해서 낮으면 주가가 싸다고 판단하고, 반대로 주가가 이익에 비해서 높으면 주가가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 전체의 주가는 이익의 약 15배 수준이다.

그러면 주가이익배수가 낮으면 반드시 주가가 싼 것이며, 반대로 주가이익배수가 높으면 반드시 주가가 비싼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주가가 이익의 20배가 되어도 주가가 낮은 수준일 수 있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일까?

주가이익배수란 다른 측면으로 보면 기업이 만들어내는 1원의 이익을 주가로는 얼마로 평가할 것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어떤 회사의 주가가 이익의 10배라는 말은 그 회사 이익 1원을 주가로는 10배인 10원으로 평가한다는 말이다.

이 는 고스톱에서 게임을 결과를 점수로 나타내고, 1점을 얼마로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1점을 1천원으로 정하면 10점을 따면 1만원을 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익 1원을 주가로 10원이라고 보면 순이익이 1천원이 되면 이 회사의 주가는 1만원이 된다.

그런데 주식 게임과 고스톱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고스톱에서는 1점을 얼마로 할 것인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미리 정해 둔다. 그러나 주식 게임에서는 기업 이익 1원을 얼마로 할 것인지 미리 정할 수가 없다. 그러면 기업 이익 1원을 주식의 가격으로는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어떤 회사는 이익 1원을 주가로 10원이라고 평가하고, 또 다른 회사는 이익 1원을 주가로 20원이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기업 이익 1원을 주가로 얼마도 평가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준을 우리는 <이익의 질>이라고 부른다. 기업 이익의 질이 높으면 주가이익배수가 높아지며, 질이 낮으면 주가이익배수가 낮아진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지기로 하자. 기업 이익의 질이 높은 회사는 과연 어떤 회사인가?

첫째는 기업 이익이 현금성 이익이어야 한다. 이익이 나는데도 현금이 모자라서 부도가 나는 회사가 있다. 이는 순이익을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둘째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 집어넣은 돈에 비해서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주주자본이익률(ROE)이다.
셋째는 이익의 성장률이 높아야 한다. 이익의 미래 성장률을 짐작할 수 있으면 좋고 이것이 어려우면 최소한 매출액의 성장률은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 이상의 세 가지 지표, 즉 이익의 질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주가이익배수가 낮은 회사를 찾았다면 그런 회사의 주식을 산 투자가는 비록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져도 밤에 잠을 설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ah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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