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최근 금융시장에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아마도 유동성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이 말을 쉽게 쓰게 있으나 불행하게도 이 말의 뜻은 그리 분명하지 않다. 유동성(liquidity)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반적으로 어떤 자산이 시장에서 거래량이 많고 활발해서 값을 깍지 않고도 필요할 때 쉽게 현금으로 바뀔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전에 나오는 이런 의미가 아니다. 유동성이라는 말이 갖는 현실적인 의미를 알려면 이를 현금 그리고 신용이라는 단어 속에서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지 금 금융시장의 위기는 유동성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신용이 낮아져서인가? 만약 유동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즉 현금을 공급하면 이 문제가 풀린다. 그러나 만약 신용이 낮아져서 생기는 문제라면 중앙은행이 현금을 공급해도 지금의 금융 위기는 잘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금융시장 위기를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이를 잘 구분해서 유동성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모든 금융시장의 위기는 언제나 유동성 부족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때로 그 배경에는 신용의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번의 금융위기가 단순히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신용위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한 가지 현상이 있다. 그것은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은행에 현금을 공급해도 즉 현금이 풍부해도 유동성이 풍부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현금을 풍부하게 공급해도 유동성이 좋아지지 않는 현상은 신용의 하락과 깊은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신용(credit)이란 일반적으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며, 금융과 관련해서는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의 정도, 또는 금융부채가 자금을 조달할 때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의 정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신용이 높다는 말은 낮은 금리로 오래 동안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말과 같고, 신용이 낮다는 말은 높은 이자를 주고도 돈을 잘 빌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 제 금융위기가 왔다고 하자. 그 위기가 신용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자. 각자가 상대방에 대해서 또는 금융자산의 질에 대해서 믿지 못하면 자연히 유동성이 줄어들게 되어 겉으로는 유동성 위기처럼 보인다. 이 때 중앙은행이 현금을 풍부하게 공급한다고 하자. 그렇지만 금융시장에서 믿음이 약해지면 이 현금은 다른 곳으로 잘 흘러가지 않는다. 약간의 이자 수익을 보려다 원금을 모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갖고 있던 현금이나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빌린 현금을 위기가 사라질 때까지 금고 속에 깊이 넣어두려고 한다. 이런 시도는 각 주체로 보면 합리적이나 전체로 보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상의 설명이 맞다면 그리고 만약 이번의 금융위기가 단순히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많은 정도가 신용위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비록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어도 이 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중 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낮아진 신용을 다시 정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가에 있다. 핵심은 진정으로 신용이 낮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정직하게 구분하여 신속하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구분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신용이 높은 것도 신용이 낮은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시장에서 이 구분이 생기면 그 때쯤에는 위기에서 오는 위험에 대한 걱정을 멈추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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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높인 4.75%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각종 경제 참여자들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 국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콜금리 상승폭이 기대보다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한국은행 총재의 추가 인상에 대한 언급과 함께 지속적인 금리 상승 우려가 높다.

이번 콜금리 인상은 잘 알려졌다시피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해 최근 증시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단행됐다. 보통 과잉유동성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른 버블 우려로 시장 불안이 확산된다. 따라서 시중 유동성 해결책은 금융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금리 인상을 통한 시중 유동성 조절은 자연스레 기업, 가계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경제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반드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에 과잉유동성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됐음에도 즉각적인 시행이 어려웠던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와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소폭 인상으로는 경제 전반 분위기를 악화시킬 우려가 적어 콜금리 인상이 전격 단행된 셈이다.

■ 증시로 몰린 자금 되돌리기엔 역부족 ■

그 렇다면 이번 콜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은은 증시에 집중되는 과잉유동성의 분산부터 노렸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은 소폭이라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 흐름을 은행 등 기타 저축기관으로 돌리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즉, 최근 증시 수익률과 비교할 때 0.25% 수준의 금리 인상이 증시로 몰렸던 자금을 다시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한편 금리 인상은 기업의 금융 부담을 늘리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증시 수익률까지 낮아지면 자금 집중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은의 발표처럼 콜금리 인상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되고 있어 이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증권투자의 경우 금융기관 차입 등 외부 자금을 활용한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축소는 즉각 나타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콜금리 인상의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는 금리 인상의 목표였던 증시 분석을 주로 살펴봤다. 정리하자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증시에 대한 자금 집중 완화 효과는 정부가 시장 흐름에 관심을 표명한다는 차원의 ‘신호 효과’ 외에는 제한적일 것이다.

사실 금리 인상 효과는 부채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주택금융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연간 2조6000억원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주당 연 64만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월별 5만원 이상 주택대출금 상환부담이 증가하는 것. 월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의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된다.

실제 지난 2004년 11월 콜금리 목표치가 3.25%였던 때와 비교할 때 이번 인상으로 콜금리가 4.75%까지 상승했다. 전술한 1%포인트 이상 상승이 지난 몇 년 사이 진행 중이다. 즉, 2004년 말 주택담보대출을 계약했던 차입자들의 경우 연간 100만원 가깝게 추가적으로 상환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 앞으로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부담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 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차입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전격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층의 주택금융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월소득 15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은행권을 통한 주택대출은 주택 가격의 28% 이내로 한정됐다. 차라리 서민들이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수의 저소득층 주택 구입자들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까지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다.

■ 변동금리부대출 비중 선진국보다 높아 ■

특 히 참여정부 이후 진행된 주택 가격 안정책으로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분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건설 업체들은 부도까지 맞는 등 시장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주택 가격 상승기에 내집 마련 기회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했던 서민 중산층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보유자산 가치는 하락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증가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셈이다.

지난 2004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설립과 함께 국내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선진국형 장기 모기지시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만기 3년 이내의 단기대출이고 만기 시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일반 대출과 차이가 거의 없어 구조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 등 외생적인 충격에 취약한 형태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장기 모기지시장 정착을 유도해왔다. 그 결과 약정 만기 10년 초과 대출 비중이 2003년 말 10.3%에서 올 4월 말 55.2%로 상승하는 등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분할상환대출 또한 꾸준히 증가해 올 4월 말 현재 전체 주택대출의 56.2%까지 높아져 선진국형 모기지가 점차 정착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주택대출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변동금리부대출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올 4월 말 현재 은행 주택대출 중 변동금리부대출이 93.8%로 대부분을 차지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차입자인 일반 가계가 상당부분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전체의 변동금리부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콜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경우 원리금상환이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미국의 대공황과 같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로도 진행될 수 있다.

미국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일반적으로 변동금리 모기지가 고정금리 모기지보다 위험도가 크다. 일반 변동금리 모기지의 경우 상환이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고정금리 모기지에 비해 2~3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미국의 변동금리 모기지에 비해 더 위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미국의 변동금리 모기지는 기본적으로 원리금 분할상환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시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의 비중이 높다. 주택 가격 하락과 맞물릴 경우 상환불능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내 대부분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변동의 상한구조 등 소비자의 금리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차입자의 상환부담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 가계 부도사태 유발 우려 커 ■

차 입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과잉유동성을 원인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결국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콜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히기보다는 주택시장을 오히려 냉각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가계 부문의 부도사태 우려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잉유동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해온 조세개편 등 주택 가격 안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 동향을 감안할 때 콜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흐름 조절은 간신히 안정되고 있는 주택시장을 지나치게 냉각시킬 우려가 높다. 특히 주택금융을 활용하고 있는 대상이 내집 마련을 위해 자금을 차입한 중산층·서민임을 봤을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석수 / 건국대 부동산 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6호(07.08.01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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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비정상과 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한 가지 상태가 오래 가면 그것이 정상일까? 이상한 질문 같지만 이 질문은 지금의 세계 금융 시장의 상황을 바라보는데 중요하다.

지 금의 세계 금융시장은 비정상의 상태에 있는가? 아니면 정상의 상태인가? 나는 비정상인데 이것이 오래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정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비정상으로 여겼던 사람들 조차도 이 비정상이 너무 오래가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정상이라고 생각을 바꾸어 버렸다. 여전히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점차 바보가 되어 가고 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정상 또는 비정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의 세계금융시장이 돌아가는 상태 즉 이것의 구조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비록 지금의 상태를 비정상이라고 보더라도 이 상태가 너무 오래 가고 있으므로 여기에는 분명 이 상태를 오래 가게 만드는 구조적인 배경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사실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얼마나 믿느냐에는 차이가 많다.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모두가 신을 믿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우 선 이 두 가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하나는 달러 흑자국들 중앙은행들이 자국 화폐가치를 낮추려는 정책이다. 무역을 통해 그리고 투자를 위해 미국에서 빠져나와 주변국으로 몰려드는 달러는 정상이라면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흑자국의 화폐 가치를 올린다.

그러나 흑자국 중앙은행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출시장에서 자국의 생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자국의 화폐 가치를 낮추려고 한다. 이는 자국 화폐를 풀어서 달러를 사 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결과로 대부분의 경우, 달러 흑자국에는 통화량이 늘어난다. 즉 달러의 과잉 발행은 달러가 세계의 중심 통화인한 결국 세계적인 통화량의 증가로 나타난다. 미국이 통화 인플레이션을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변국에서 통화량을 증가시킨 달러는 주변국 중앙은행의 금고에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부메랑처럼 다시 달러 표시 금융자산으로 찾아간다. 가장 유동성이 높고, 가장 부도 위험이 없는 곳으로 간다. 주로 미국의 국채시장이다.

그래서 미국 국채의 가격이 올라간다. 즉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내려간다. 미국 중앙은행이 매년 적자를 보아서 정부 부채가 계속 누적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금리는 별로 올라가지 않는다.

돈 을 빌리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다. 미국의 가계도 소득보다도 더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있다. 이 차이는 주로 부채다. 부채가 계속 늘어 가는데도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각 경제 주체는 별 부담없이 계속 부채를 늘리고 있다.

특히 가계는 낮은 금리 덕분에 자산 가격이 올라가자 부채를 늘리는 것에 별 저항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 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비정상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비정상이 오래 간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달러 흑자 주변국들이 달러 가격의 하락/ 자국 화폐의 상승을 그냥 내버려 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은 미래에 일어날 위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말과 같다.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이 투자 위험을 낮게 보고 있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사 람들이 투자 위험이 낮다고 보면 자연히 투자의 양을 늘린다. 투자의 양을 늘리는 방법은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이다. 돈을 빌리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제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효과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상품 즉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파생상품 시장의 급증은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도 당연히 투자 전략에서 부채를 이용한다.

세계금융시장에서 미래 예측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중요한 자금 흐름이 있다. 바로 일본 엔의 낮은 금리다. 일본 엔이 전세계로 흘러 다니면서 세계 통화량을 늘리고 있다. 일본 엔의 금리가 조금 올라간다고 해도 여전히 일본의 금리는 낮은 수준이다. 일본 엔이 세계로 흘러나가는 일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세계 금융시장에 일어나는 일이 비록 비정상이라고 해도 그런 일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즉 미래 예측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높은 예측 가능성은 위험을 낮추고, 위험이 낮아지니 점차 부채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만 간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어느 상태가 그것이 비록 비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오래 계속된다는 것은 중요하다. 또 그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상태 내부의 질이다. 즉 세계금융시장의 내부 구조다. 이 속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시 장 내부에 불균형과 비정상이 축적되어가면 일정 순간에는 터진다. 마치 똑 같은 힘을 주어도 건강한 사람은 이를 견디지만 약한 사람은 넘어지는 것과 같다. 일정한 온도로 열을 높여주면 어느 때가 되면 물이 수증기로 변해버린다. 용수철은 끊어진다. 모래성은 같은 한 알의 모래에도 무너진다.

물론 우리는 이 일정한 때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알기 어렵다고 해서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 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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