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프랙탈`을 만들자 ‥ 한국은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올해는 정말 중요한 해라고 얘기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런 믿음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흐름을 디자인할 수 있는 자리니까요.

하지만 한 번의 선거로 국가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한 경제력과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양쪽의 극단을 수용하는 문화적 역량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2007년이 의미가 있다면 저열한 정략이 판치는 대선이 아니라 '1987-1997-2007년'을 10년 단위로 잇는 역사의식 속에서일 것입니다.

한국의 오늘은 지난 20년 동안 두 번의 10년을 연결해 도달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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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완성한 토대 위에서였습니다.

'1987년 체제'는 '6·10 항쟁'으로 대변되는 민주화운동이 하나의 변곡에 닿은 시기입니다.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로 인해 주요 사업장들이 엄청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1997년 체제'는 전대미문의 외환위기로 경제 전반에 강요된 구조조정의 시기였습니다.

영미식 자본주의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그 와중에 수많은 은행과 기업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여당에서 야당으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일어남으로써 민주화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를 얻는 소득이 있었지요.

시민단체가 국정에 참여하는 다원적 국가 지배구조도 경험해 봤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았던 외환위기도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파도에 쓸려간 것은 안타깝지만 자동차 전자 반도체 철강 기계 조선 석유화학 등 7대 제조업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젊은이들이 이공계를 기피한다고 아우성이지만 한 해에 공대 졸업자를 5만명 이상 배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과 한국뿐입니다.

또 늘 교육정책이 문제라고 하지만,우리 사회에는 글로벌 지향의 진취적 젊은이들이 넘쳐납니다.

어린 골프선수들은 최경주 박세리가 닦아 놓은 '실크로드'를 따라 해외 그린을 점령했고 우리 연예인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량 있는 엔터테이너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얘기들도 얼마든지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비판 저널리즘에 입각해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열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체제'는 긍정과 낙관의 토대 위에서 설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진 자산들의 가치를 함부로 폄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금 모자라고 미덥지 않더라도 긍정의 힘을 믿고 싶습니다.


우리는 2002년월드컵에서 고작 500여명으로 출발했던 '붉은 악마'가 700만명까지 늘어나는 것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열정의 무수한 복제와 확산이 '기적'을 낳은 것이지요.

이런 현상을 자연과학에서는 '프랙탈(fractal) 현상'이라고 얘기합니다.

'자기 유사성과 순환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 현상은 따지고보면 모든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경제구조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젊은 골프선수들이 박세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정주영''이병철''김우중'을 모델로 삼아 뛰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선도적 기업가정신이 자기복제의 확산효과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반도체 후발주자인 옛 현대그룹이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하이닉스반도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하여 '2007 체제'를 준비하는 첫 번째 아젠다는 '열정의 프랙탈'입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잘해오던 것입니다.

미래는 늘상 불투명하고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지만 단지 그 이유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모방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열정을 나누고 서로 확인하며 같이 손을 잡자는 겁니다.

1965년 우리나라의 랭킹 1위 기업은 동명목재(1980년 도산)였습니다.

매출은 24억3000만원이었지요.

지금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80조원이 넘는 매출을 국내외에서 거둬들였습니다.

42년 전 동명목재의 3만배가 넘는 규모지요.

1969년 이 회사를 차렸던 이병철 삼성 회장은 이런 기적을 미리 알았을까요?

<특별취재팀>


[ 용어풀이 ]

◆프랙탈=자연 속에 존재하는 자기 유사성의 특징을 일컫는 말이다.

일정 기간의 날씨 패턴은 긴 주기의 날씨 패턴과 닮았다.

고사리 이파리를 들여다보면 같은 모양의 구조가 무수히 모여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어느 부분을 잘라도 전체와 닮았으면서 끝없이 반복되는 성질을 지닌 것이 프랙탈이다.
Posted by ah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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