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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3 [스크랩] 위험의 전이(하상주)
금융시장에 위험이 높아가면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대응은 몇 가지로 나누어진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값이 떨어져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을 팔아 버린다. 또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을 정리해 버린다. 그리고는 좀 편안한 마음으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본다.

둘째는 자신이 당할 위험을 누구에게 이전하고 싶어한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누가 그 위험을 받아먹으려고 할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능한 위험에 비해서 예상되는 수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셋 째는 이 위험 상황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볼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투자의 기회란 언제나 큰 위험과 같이 온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외환위기가 와서 많은 기업들이 부도 위험을 만나자 갖고 있는 자산을 헐값으로라도 팔려고 했다. 이때 소위 외국의 부실 자산 정리 자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모두들 겁을 먹고 몸을 사리고 있을 때 그 자산을 사서 몇 배의 수익을 남겼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투자가들은 금융시장을 비롯한 거시 환경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겁을 먹고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주택 부문에서 시작된 가계의 주택 차입금 부도 위기가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지표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계의 주택 차입금(모기지)을 기초로 만든 신용 등급별 파생상품 중에서 등급이 낮은 파생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등급이 아주 높은 파생상품의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가계의 부채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투자가들은 기업의 부채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도 조심을 하기 시작했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는 국채의 금리에 비해서 별로 높지 않았다. 즉 기업 부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과거 평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위험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큰 위기는 언제나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으로 낮아진 후에 찾아온다.

투자기관이 기업 부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자, 기업 부채를 매개로 자금을 중개하는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빠졌다. 월가의 금융기관은 얼마 전까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보이고 있는 부채에 의존한 인수합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월가의 금융기관은 인수 대상 회사가 발행하는 차입금이나 회사채를 다른 투자가에게 중개해 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투자기관이 이들 기업이 발행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부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래서 월가의 투자금융기관은 어쩔 수 없이 그 부채를 자산의 장부에 안고 가게 되었다. 나아가서 지금의 상태가 계속되면 기업 인수합병의 열기도 식어갈 것이다.

또한 신용 평가회사들은 그 동안 가계 주택 부채나 기업 부채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의견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 최근에 주로 가계의 주택 부채 파생상품의 투자등급을 무더기로 투기등급으로 낮추고 있다. 투자기관 중에서 자금을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운영해야 하는 각종 연기금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상품들은 정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모든 것을 종합해서 국채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내려가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채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지 금의 상황은 그 동안 실재하는 것보다 위험을 너무 낮게 평가했고, 이런 인식은 과잉신용 이라는 현상을 낳았는데, 그 지나침이 일부 조정되는 중이다. 여기서 조정이란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위험이 실제의 위험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많은 경우 그러하지만 제자리로 바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시계의 추처럼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위험을 실재하는 것보다 더 높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 위험의 평가와 과잉 신용의 핵심 주체는 월가의 금융기관이다. 이들은 만약의 경우 위험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위험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서 이전해 두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시장에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런 장치들이 작동할 것인지 어떨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주로 파생상품을 통해서 위험을 이전해 두고 있는데 이런 파생상품이 대부분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아직 그 효과를 한번도 실전에서 테스트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 약 이 위험 이전 장치들이 잘 작동하지 않아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빠지면 이들과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 중앙은행이 등장할 것이다. 중앙은행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도 지원하겠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도 이들을 지원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한여름 밤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을 것이다. 과거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다시 등장하고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미리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Posted by ah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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