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높인 4.75%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각종 경제 참여자들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 국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콜금리 상승폭이 기대보다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한국은행 총재의 추가 인상에 대한 언급과 함께 지속적인 금리 상승 우려가 높다.
이번 콜금리 인상은 잘 알려졌다시피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해 최근 증시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단행됐다. 보통 과잉유동성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른 버블 우려로 시장 불안이 확산된다. 따라서 시중 유동성 해결책은 금융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금리 인상을 통한 시중 유동성 조절은 자연스레 기업, 가계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경제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반드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에 과잉유동성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됐음에도 즉각적인 시행이 어려웠던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와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소폭 인상으로는 경제 전반 분위기를 악화시킬 우려가 적어 콜금리 인상이 전격 단행된 셈이다.
■ 증시로 몰린 자금 되돌리기엔 역부족 ■
그 렇다면 이번 콜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은은 증시에 집중되는 과잉유동성의 분산부터 노렸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은 소폭이라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 흐름을 은행 등 기타 저축기관으로 돌리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즉, 최근 증시 수익률과 비교할 때 0.25% 수준의 금리 인상이 증시로 몰렸던 자금을 다시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한편 금리 인상은 기업의 금융 부담을 늘리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증시 수익률까지 낮아지면 자금 집중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은의 발표처럼 콜금리 인상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되고 있어 이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증권투자의 경우 금융기관 차입 등 외부 자금을 활용한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축소는 즉각 나타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콜금리 인상의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는 금리 인상의 목표였던 증시 분석을 주로 살펴봤다. 정리하자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증시에 대한 자금 집중 완화 효과는 정부가 시장 흐름에 관심을 표명한다는 차원의 ‘신호 효과’ 외에는 제한적일 것이다.
사실 금리 인상 효과는 부채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주택금융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연간 2조6000억원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주당 연 64만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월별 5만원 이상 주택대출금 상환부담이 증가하는 것. 월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의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된다.
실제 지난 2004년 11월 콜금리 목표치가 3.25%였던 때와 비교할 때 이번 인상으로 콜금리가 4.75%까지 상승했다. 전술한 1%포인트 이상 상승이 지난 몇 년 사이 진행 중이다. 즉, 2004년 말 주택담보대출을 계약했던 차입자들의 경우 연간 100만원 가깝게 추가적으로 상환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 앞으로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부담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최근 정부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차입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전격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층의 주택금융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월소득 150만원 미만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은행권을 통한 주택대출은 주택 가격의 28% 이내로 한정됐다. 차라리 서민들이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수의 저소득층 주택 구입자들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까지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다.
■ 변동금리부대출 비중 선진국보다 높아 ■
특 히 참여정부 이후 진행된 주택 가격 안정책으로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분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건설 업체들은 부도까지 맞는 등 시장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주택 가격 상승기에 내집 마련 기회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했던 서민 중산층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보유자산 가치는 하락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이 증가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셈이다.
지난 2004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설립과 함께 국내 주택담보대출시장은 선진국형 장기 모기지시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만기 3년 이내의 단기대출이고 만기 시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일반 대출과 차이가 거의 없어 구조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 등 외생적인 충격에 취약한 형태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장기 모기지시장 정착을 유도해왔다. 그 결과 약정 만기 10년 초과 대출 비중이 2003년 말 10.3%에서 올 4월 말 55.2%로 상승하는 등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분할상환대출 또한 꾸준히 증가해 올 4월 말 현재 전체 주택대출의 56.2%까지 높아져 선진국형 모기지가 점차 정착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주택대출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변동금리부대출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올 4월 말 현재 은행 주택대출 중 변동금리부대출이 93.8%로 대부분을 차지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차입자인 일반 가계가 상당부분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전체의 변동금리부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콜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경우 원리금상환이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미국의 대공황과 같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로도 진행될 수 있다.
미국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일반적으로 변동금리 모기지가 고정금리 모기지보다 위험도가 크다. 일반 변동금리 모기지의 경우 상환이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고정금리 모기지에 비해 2~3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미국의 변동금리 모기지에 비해 더 위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미국의 변동금리 모기지는 기본적으로 원리금 분할상환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시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의 비중이 높다. 주택 가격 하락과 맞물릴 경우 상환불능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내 대부분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변동의 상한구조 등 소비자의 금리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차입자의 상환부담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 가계 부도사태 유발 우려 커 ■
차 입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과잉유동성을 원인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했고,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결국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콜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히기보다는 주택시장을 오히려 냉각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가계 부문의 부도사태 우려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잉유동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가 추진해온 조세개편 등 주택 가격 안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 동향을 감안할 때 콜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흐름 조절은 간신히 안정되고 있는 주택시장을 지나치게 냉각시킬 우려가 높다. 특히 주택금융을 활용하고 있는 대상이 내집 마련을 위해 자금을 차입한 중산층·서민임을 봤을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석수 / 건국대 부동산 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6호(07.08.01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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