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로 '닮은꼴 위기' 확산
금융자산 팽창·신흥 경제국가들 고도성장 불구
弱달러·유가급등·신용위기등 당시 상황과 비슷
"뉴욕증시 랠리, 블랙먼데이 재현 전주곡" 지적도
지난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2,246.74에서 1,738.74로 무려 508 포인트나 떨어졌다. 하루 낙폭은 22.8%로 1930년대 대공황이래 최대였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날을 '블랙먼데이(Black Monday)'라고 제목을 뽑았다. 그 후 지금까지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블랙먼데이 이후 20년 동안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은 가히 천지개벽이라 할 만큼 변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후 공산국가들이 자본주의 방식을 도입하고, 서방국가들도 케인즈식 개입주의에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로 전환했다.
중국ㆍ인도ㆍ러시아등 신흥국들이 고도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떠올랐고, 증권시장 주체가 투자은행에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로 바뀌었다. 증권투자는 가진자들의 놀이라던 생각에서 봉급쟁이의 재테크 수단이라고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고, 대규모 저축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들어갔다.
블랙먼데이 당시 2,000포인트 대였던 다우존스 지수는 지금 1만4,000 포인트를 기록하며 무려 20년 사이에 7배나 팽창했다. 금융자산의 팽창 속도가 실물경제의 성장속도를 넘어서고, 금융자본가가 산업자본가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지난 20년동안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다가왔다. 1997년 아시아 위기,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2년 뉴욕증시 폭락등이 바로 그것이며, 올들어 지난 8월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용경색현상이 빚어지고, 지금도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기우뚱거리고 있다.
1986년 취임 직후 블랙먼데이를 수습하고 2006년까지 18년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지휘한 앨런 그린스펀 전의장은 최근 자신의 임기내의 경제현상을 모아 '격동의 시대: 신세계로의 모험 (The Age of Turbulence: Adventures in a new World)'란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 그는 앞으로도 시장 경제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지만, 그에 따른 금융위기는 막을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블랙먼데이의 유령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린스펀 전의장이 최근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87년 블랙먼데이와 98년 LTCM 사태와 비슷하다고 경고한 것이 그런 대목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완화되면서 뉴욕증시는 물론 각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증시의 폭락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신용경색 문제가 해소됐다는 명백한 신호가 부족할 뿐더러 금융시장이 개발도상국으로까지 복잡하게 확대되면서 어디에서 어떤 폭탄이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뉴욕증시의 랠리가 블랙먼데이의 재현을 위한 전주곡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20년의 긴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블랙먼데이 시절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경제전문 마켓워치는 ▦신임 의장이 중앙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점 ▦재집권한 공화당이 임기말에 있다는 점 ▦주식시장의 대세상승세 ▦약달러 ▦유가 급등 ▦이란과 이라크에 집중된 중동 긴장 ▦심각한 주택가격 하락 ▦신용 위기등에서 블랙먼데이 당시와 지금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고 인플레이션 위험도 높지는 않다. 가장 차이점은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 보다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올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글로벌 경제성장에 미국 기업들이 많은 혜택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잇따른 금융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자산 등 각종 부문에 버블이 만연하고 있는 현상에 직접 노출되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이클 칸 배런스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큰 손실을 작은 손실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잊지 마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