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회사가 연간 성과 목표를 세울 때 거의 대부분이 올해 매출은 얼마이고, 순이익은 얼마라고 말한다. 그럼 과연 이런 실적 목표는 올바른 것인가? 아니다. 왜 그럴까?
우선 매출을 보자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배로 올린다면 이는 좋은 일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선 그 매출이 이익을 내는 매출이어야 한다. 일년 동안 땀 흘려 일해서 매출을 배로 올렸으나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매출을 많이 늘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회사를 위해서 그리고 전체 사회를 위해서 더 좋은 일이다.
그럼 이익을 배로 늘린다면 이는 회사가 일년 동안 장사를 잘 한 것일까? 이것 역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이익을 배로 늘리기 위해서 회사가 투자한 돈 또는 자원의 비용이 이익 증가액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면 사실은 회사는 일년 동안 이익을 더 낸 것이 아니라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즉 이익에서 비용을 뺀 부가가치는 더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들면 결국 회사의 목표는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라 투입한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회사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매출이나 이익은 이해하기도 쉽고 작성하기도 쉽다. 그래서 이 지표들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에 회사의 이익을 비용과 비교하는 지표는 만들기도 그리 간단하지 않고 또 기존의 생각으로는 좀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지표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을 비용과 비교하는 것은 교과서에서는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으나 실전에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다. 먼저 이익은 매우 간단하다. 여기서 이익이란 매년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영업활동에서 나오는 이익을 말한다. 아주 간단하게는 영업이익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은 이런 영업이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비용을 계산하려면 투자된 금액을 알아야 한다. 회사가 실제로 영업을 위해서 투자한 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주의 돈이고 다른 하나는 빌린 돈이다. 이 돈에는 당연히 각각 돈을 조달한 비용이 붙는다. 비용이 없는 돈이란 없다.
그럼 주주의 돈과 빌린 돈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이것도 교과서에서는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하다고 정확한 것도 아니고, 현실적의 의미가 큰 것도 아니다. 이 비용은 회사가 설정하기 나름이다. 그렇다고 그 당시의 평균적인 자본조달비용(금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지금이라면 좀 낮게 본다면 10%, 좀 높게 본다면 15% 정도면 될 것이다. 자본의 조달 금리를 좀 낮게 보는 경영자 또는 회사는 조달한 자본으로 투자할 사업 기회가 많겠지만 판단이 잘 못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다. 반면에 자본 조달 비용을 좀 높게 보는 경영자 또는 회사는 새로운 사업이나 기존 사업의 확장에 매우 엄격한 반면 어쩌면 미래에 올 수 있는 행운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구체적으로 이익과 비용을 계산해보자. 어떤 회사의 최근 연도 영업이익이 100억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이 회사의 차입금과 주주자본을 합친 금액(이를 투하자본이라고도 한다)이 1000억원이라고 하자. 그리고 이 회사는 자본의 조달 비용을 10%로 정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이 회사는 영업이익 100억원을 만들었으나 자본비용도 100억원이 들어가서 실제로는 일년 동안 본전의 장사를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다음해 실적 목표를 이익은 20%을 늘리고, 투하자본은 10%만 늘리기로 했다고 하자. 실제로 이렇게 되면 회사는 이익은 120억원이 되고, 투자자본은 1100억원이 되어 자본조달비용은 110억원이 된다. 그래서 결국 회사는 만들어 낸 이익이 들어간 비용보다 10억원이 더 많다. 즉 회사는 일년 동안 장사를 해서 새로 10억원의 가치를 회사에 보태게 된다.
만약 다음해의 성과 목표를 단순히 이익이 20% 늘어나는 것으로만 잡았다고 하자. 이 경우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여서 회사가 일년 동안 장사를 잘 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만약 회사가 투하자본을 20%이상 늘린다면 이 회사는 장사를 잘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회사의 가치를 까먹은 것이므로 장사를 잘못한 것이 된다. 회사의 경영자나 주주가 회사의 성과를 측정할 때 올바른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