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람들은 대부분 오를 주식을 찾지만 나는 반대로 더는 하락할 수 없는 주식을 선호한다. 하락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황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별로 손해 볼 게 없고, 상황이 좋아지면 그만큼 얻을 수익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믿음은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웠다.
그레이엄이 생각한 투자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두 번이나 큰 경제적 위기를 겪었던 그는 수익을 내기보다는 위험을 제거하는 쪽으로 투자 원칙을 발전시켰다.
첫 번째 원칙은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해 보지 않기 전략’에 적합한 방법으로 그는 두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첫째, 주가가 순유동자산의 3분의 2 이하로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땅 건물 기계 등 고정자산의
가치는 없는 것으로 치고, 현금 등 유동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주식이 그
기업의 순유동자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쉽게 망하지 않을 것이다. 생존해 있다면 경기가
회복될 때 불황기에 사라진 경쟁 업체들의 몫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가치주 펀드인 윈저 펀드를 운용했던 가치투자자 존 네프는 저(低)PER주 투자로 유명하다. 종교적 신념처럼 저PER주를 고집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PER 종목은 헐값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저PER 종목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저PER 종목에 투자하려 한다면 저가로 거래되는 종목 중 실제 성장 가능성이 낮은 종목과 단순히 저평가된
종목을 구분해야 한다.”
우량 기업이 장부 가격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면서 PER가 낮다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런 기업은
실망스러운 뉴스가 발표되더라도 주가가 급락하기 어렵다. 투자자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저PER 우량주들은 간혹 놀라운 실적
향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기도 한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