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 교수가 말하는 테니슨, 인생 그리고 기업경영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1월 5일 개최한 제1434회 세미나에서는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월 속에 생각하는 인생과 기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The Oak
by Alfred, Lord Tennyson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참나무
(앨프레드 테니슨)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
영국의 대 문호인 시인 앨프레드 테니슨은 가을을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단어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Sober’다.
테니슨은 또 겨울에도 늠름한 둥치와 힘있게 뻗은 가지를 가진 오크를 보며, ‘Naked strength’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발가벗은 힘’이다.
과연 Sober가 무엇이고 Naked strength가 무엇인지를, 우리 인생과 기업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Sober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술에 취했다가 깨어난’ ‘헛된 환상 혹은 유혹에 취해 있다가 깨어난’ 바른 정신의 상태를 말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온 국민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02년도 월드컵 4강 신화를 생각한다. 사실 히딩크 리더십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대표선수 명단에 이동국이 빠졌다. 이미 국내에서 유명스타였던 이동국이 빠진 것에, 많은 스포츠기자들이 깜짝 놀랐다. 그들은 히딩크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우리는 스타가 아닌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큰 선수가 되려면 오빠부대에서 Sober해야 되는데, 그때 이동국 선수가 그러질 못했다. 그의 동료선수들이 나라의 영웅이 되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데, 그는 명단에도 끼지 못했으니 절치부심 했을 것이다.
‘하면 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신념에 빠질 때도 있다. 그 예를 중세 연금술사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연금술은 쇠나 구리 같은 보통 금속을 금으로 전환시키려던 노력이었다. 연금술사들은 그 노력을 7세기에 시작해 17세기까지 무려 1000년을 계속했다. 그들은 금을 만든다는 환상에서 Sober하지 못했다.
하면 된다는 신념은 우리나라가 후진국일 때는 대부분의 일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국력 세계 9위라는 위상에 걸맞게, 세계 정상급 선진국을 제쳐야 한다.
그 러려면 이제는 하면 된다는 노력에서, 좀 더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고급지성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즉 연금술처럼 근거 없는 신념에서 Sober하지 못하면, 급하게 돌아가는 세월 속에서 오히려 시간 낭비·자원 낭비만 하게 된다.
기업에서는 ‘대마불사’가 근거 없는 신념이었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30대 기업 중 16개 기업이 부도가 났다. 그 이유를 찾으면,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 기업만 대마불사의 믿음을 가진 것이 아니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조차 설마 저 회사가 망하겠느냐 하며 돈을 빌려주었다가, 금융도 망하고 기업도 망했다. 근거 없는 신념은 Sober의 대상이다.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 역시 Sober의 대상이다. 취업하기 힘든 구직난 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직률이 매우 높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인데도, 요즘 특히 많은 젊은이들은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고는 ‘이렇게 벌어 언제 집사고 차 사느냐’며 일확천금을 생각한다. 우리 국민처럼 일확천금을 많이 생각하는 국민도 없는 것 같다.
일확천금이라는 생각에서 Sober하지 못하면 안 된다. 태어나 65년을 살아본 결과, 분명한 것은 하루에 벽돌 한 장씩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우석 박사의 비극도 연구업적에서의 일확천금을 꿈꾸었기에 생긴 결과다.
공자는 《논어》에서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고, 30세에 자립을 하고, 40세에 불혹이라 하여 유혹으로부터 깨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테니슨도 Sober라는 말을 오크의 가을에서 언급했다. 그는 가을답게 변해서, 어떤 유혹에서도 깨어나는 해맑은 색깔로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동서양의 대 지성들의 생각이 이처럼 같았다.
이제 Naked strength에 대해 말해보자.
교 직에 오래 있으면서, 선배 교수님들이 하나하나 정년퇴임하는 것을 보았다. 정년퇴임이란 결국 대학교수로서 옷을 벗는 일이다. 그런데 정년퇴임한 교수가 후학들에게 학문적인 심오함과 영감을 주고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분이면, 후학들은 그가 옷을 벗은 후에도 계속 찾아가 여쭙고 상의할 것이다.
대 통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역시 옷을 벗는 것인데, 그 때 많은 국민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고 떠날 수 있고, 떠난 뒤에도 국가의 원로로서 국민들에게 조언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러한 나라의 어른들이 많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원성과 의혹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모 차르트의 <레퀴엄>은 특정인의 장례식에 쓰던 진혼곡이었다. 그러나 이 곡은 진혼곡에 사용하고 난 뒤에도 음악으로서의 Naked strength를 가져,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명곡으로 남아 있다.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링컨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는 연설문은 전 세계 어느 중고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다.
일 과성 행사의 옷을 벗은 후에도 영원히 살아남는 힘은 오페라에도 있다. 스웨즈 운하 경축 행사용이었던 <아이다>는 행사가 끝나고 난 뒤에도 오페라 자체의 위대한 힘, 즉 Naked strength는 남아 불후의 명작으로 살아 있다.
그 럼 이제 인간으로 들어가 보자. 옷을 벗어 놓은 후에도 남아 있는 Naked strength는 무엇인가 곰곰이 따져보았다. 존경·실력·인격 그리고 여기에 인간미가 들어갈 것 같다. 인간미는 곧 인간적 매력이고, 이는 다시 힘이 될 것이다.
인간미의 미는 아름다울 美자를 쓴다. 옥편에서 이를 찾으면, 양(羊)부로 들어간다. 양부에 들어가서, 큰 대자에 세 개의 획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아름다움하고 양과 무슨 관계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아브라함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양을 제물로 바쳤다. 이렇게 양은 희생의 제물로 일컬어지고, 그래서 희생양이란 표현이 오늘날에도 많이 남아 있다. 즉 양은 자기희생을 의미한다.
요즘은 시대가 발전했으므로, 목숨을 바치는 희생은 없다. 지금의 자기희생은 헌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회사에서 아프리카에 가라고 해도, 동료와 조직을 위해 기꺼이 갔다. 이것이 바로 헌신적 생활태도다. 이러한 사람은 완전한 인간미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굿 모닝신한증권 연구소에서 지난 1995년 2월 9일부터 2005년 2월 14일까지의 주가상승률을 조사했다. 결과를 보니 당연히 삼성전자가 1등일 줄 알았는데, 아주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라면 만드는 회사 농심이 1297%로, 압도적으로 1등을 한 것이다.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경영학 이론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다만 Naked strength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농 심의 주력 제품은 신라면이다.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600원이다. 농심의 시장조사팀은 보통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에, 점심시간에 조사를 나간다. 가보면 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조사원들은 만약 신라면이 1000원으로 올라도 먹겠느냐고 묻는다.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그렇게 오르면 먹겠느냐 하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그래도 먹겠다고 답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고객은 제품 혹은 서비스에서 느끼는 가치 때문에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입한다.
소 비자들이 신라면을 먹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신라면은 충분히 한 끼 식사대용이 된다. 둘째, 편의성이다. 셋째, 얼큰하고 시원한 한국 전통의 맛을 가진다. 조사원들이 살펴보았을 때, 신라면이 만약 1000원으로 오른다고 해도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제품이 없었다. 사람들 역시 신라면이 1000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역시 먹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현 재 신라면은 600원에 팔리면서, 400원이라는 잉여가치를 가진다.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기부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가치가 가격보다 크다는 부등호가 나온다. 또한 부등호로부터 큰 쪽에서 작은 쪽을 뺀 양이 소비자의 순 혜택이 된다.
고객이 100원의 가치를 느끼는 제품을 100원에 팔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Naked strength가 제로가 된다. 그러면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없다.
직 장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100만원어치 일을 했기에 100만원을 받았다고 떳떳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없다. 직장인은 100만원을 받고 일한다 해서, 100만원만큼의 일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으로 열정과 지혜를 갖고 일의 질을 높여야만, 기업은 직원에게 주는 급여보다 10배, 100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즉 상대방이 느끼는 가치가 상대방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클 때, 이것이 바로 Naked strength고, 월급을 받은 뒤에도 계속 남아 있는 가치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 직원은 직장에서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다.
나 는 이것을 생존부등식이라고 한다. 이혼도 이 생존부등식으로 설명이 된다.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사랑의 질을 가진다. 그런데 서로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퀄리티가 들어간 노력보다 적게 느껴지면 불만족하고 불화가 생기게 되며,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다른 쪽의 부등호는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까? 그것은 원가절감으로 보충할 수 있다. 택시를 타던 것을 버스를 타는 식으로 절충하여, 두 개의 부등호가 만족될 때, 인생이 행복해진다.
인생과 기업에서 Naked strength를 기르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생존부등식에서 상대방이 느끼는 가치가 상대가 치르는 값보다 큰지를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 Naked strength 이론 >
1. 농심 신라면 : 가격 600원에 1000원의 가치 지녀, 400원의 잉여가치
2. 직장인 : 받는 임금 이상의 열정과 지혜로 일의 퀄리티 높여야
3. 부부 : 상대방의 퀄리티가 들어간 노력보다 적게 느껴지면 불화
상대방이 느끼는 가치가 상대가 치르는 값보다 클 때,
이것이 Naked strength며 생존 부등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