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KBS에서 좋은 방송을 봤다

얀 베르트랑이라는 프랑스 사진작가가 지난 4년간 2만여장의 한국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물론 그의 사진도 나에게는 많은 감동을 줬지만 이 분의 말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백년후에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찍은 사진과 지금 100년후의 한국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고 싶습니다

나또한 내가 써놓은 보고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몇십년 후에 보면 무슨 생각이 날까?
피터드러커는 자신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피드백이라고 했지만 그런 차원을 뛰어넘어 그냥 내 자신이 지난 과거에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사고를 했으며 무슨 방식으로 사물에 접근했는지를 보면 많이 잼있을것 같다. 마치 어렸을 때 촌스러운 사진을 보는 느낌이 아닐까?


사람들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환경을 생각하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생각하기도 하며 인간이 어떻게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있는지와 영감(inspiration)을 얻기도 합니다
예전에 미대를 다니는 친구와 논쟁을 벌인적이 있었다. 현대 미술을 하는 벨기에 할머니의 작품전을 간적이 있었는데 너무 난해하고 이해를 하기가 어려워 나는 "아무리 예술이라도 남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대중과 숨쉬는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다"라고 주장했으며 이 친구는 "예술은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니 굳이 어떠한 정해진 의도를 가지고 체계화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때는 내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누구의 말도 틀리거나 맞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더욱 많은 경험을 하고, 더욱 많은 생각을 할 수록 내가 예전에 옳타고 생각하거나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호해진다. 더욱더 조심스러워 진다. 내가 정말로 맞다고 생각하고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그럴까? 하는... . 삶 자체가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제 사진은 열려있습니다. 아름다운것과 흉칙한것들 모든것을 포함합니다
나의 인생 또한 저렇게 열려져 있는 세상이라는 렌즈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다. 사진작가가 아름다움과 흉칙한 것들을 하나의 렌즈에 담듯이 나도 다른 사람에게 말이다.


여러 나라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 자기의 나라가 남들의 나라보다 특별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은 저에겐 그 이상, 또는 그 이하의 나라도 아닙니다
작가는 한국이 특별하지 않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 모든 나라는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한것 같다. 나 또한 내가 특별하게 다른 사람에게 받아 들여졌으면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욕심이 자칫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사고나 행동을 낫는게 아닐까? 내 자신이 바로 특별하며 사람들이 모두 특별한 개성으로 특별히 인식받는 상황에서 나 혼자 특별함을 인정 받는 것은 어찌보면 얀 베르트랑의 말처럼 그 이상, 또는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당히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사진작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기일에 대한 철학을 느낄수 있었던게 너무 감동스러웠다. 뭐랄까..자기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서는 주변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그런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으며 나또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철학을 차근 차근 정리해야 겠다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Posted by ah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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