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국적 기업의 ‘전략적 계획’의 재정의 사례
우리의 과업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서 다국적 기업이 ‘전략적 계획’이 무엇인지를 재정의한 사례이다.
45명의 훌륭한 인재로 구성된 이 회사의 기획팀은 여러 해에 걸쳐서 전략적 시나리오를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신중하고 정밀하게 작성했다. 누구나 그 시나리오가 최상의 작품으로서 모든 사람을 고무시킬 수 있는 보고서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막상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효과는 매우 적었다.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즉 과업이 무엇인가? 스스로 내린 대답은 “그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업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제공하는 일이다.” 였다. 결국 전략적 계획을 짜는 일은 다시 시작되었다. 새로운 작업은 4년간이나 계속되었고, 처음에는 여러 번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똑같이 45명으로 구성된 기획팀이 회사 내의 각 사업부들을 위하여 다음 세가지 질문들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이 몇 퍼센트여야 하는가? 필요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혁신적인 성과를 필요로 하는가? 자본 비용을 보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익률은 얼마인가? 그러고 나서 기획팀의 팀원들은 각 사업부의 경영진과 함께 경제적 조건들에 관한 상이한 가정하에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이렇게 해서 수립된 계획들은 종전의 것들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훨씬 덜 과장된 한편, 그다지 세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계획들은 각 사업부와 경영진에게 실제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는 ‘비행계획서’로서의 역할을 했다
- 피터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 中에서 -
우리는 흔히 전략기획업무를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현란한 분석툴을 가지고 매우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을 가져다 놓고 보통사람들은 감히 풀 엄두도 내지 못하는 10차 방정식과 같은 난제를 푸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이러한 전략기획에 대한 접근이 회사에 필요한 전략이 나오는 것을 방해하고 나아가 많은 전략기획 담당자들이 필요 없는 fancy하고 세련된 보고서를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먼저 전략은 매우 쉬워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전략도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그러한 전략들은 의도대로 실행되기도 전에 실무자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만다. 지식근로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근로자가 생산해낸 plan을 누군가가 활용하고 action화 되어 실제 기업에 부가가치를 생산해냈을 때다. 가능하다면 무조건 심플하고 누가 봐도 명확할 때 세워진 전략은 실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의도된 데로 액션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두 번째로 이를 실행할 실무자들의 동의나 참여를 통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전략기획 업무는 전략기획 업무 담당자들이 책상에서 혼자 진행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실무자들의 의지와 실무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전략은 실행되기가 상당히 어려울 때가 있다. 이중 회사가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실무자들을 리드해야 할 때도 있으나 그러한 경우는 예외로 두자. 어느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가? 이 사업은 집중할 것인가? 유지만 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 매출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러한 매출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각 사업부별로 어떠한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인가? 신규고객을 늘려야 하는가? 마케팅 비용을 더 지불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가? 인력을 늘려서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하는가? 등등은 실무자들의 동의에 기반해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전략기획이 모든 권한을 가진 양 행동하기 시작하면 실무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되며 실무자들이 일하는데 동기부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회사 전략의 부재하다는 주요 경영층의 지시에 따라 약 80장 정도의 전략을 수립했다. 많은 내부 분석과 외부환경 분석, 그리고 전략을 유추해내기 위한 여러 분석툴과 과정들.. 하지만 이를 보고하거나 발표할 때 전략의 부재를 문제 삼던 대부분의 경영층들이 두꺼운 전략 보고서를 보며 머리 아파 하고 이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반응은 대체로 두 분류였다
이미 다 아는 것 아냐..
아 머리 아퍼. 이 많은 분량의 전략 보고서를 일일이 다 봐야 돼?
물론 경영층을 위한 A4 10장 분량의 요약본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보고 끝에 얻어진 건 실무자가 머릿속에 있는걸 어렵게 문서화 했다는 것 말고는 회사에 어떠한 가치도 생산해 내주지 못했다. 심지어 그걸 읽으려는 실무자도 없었으며, 작성한 나조차도 그걸 보는 경우가 드물었다.
회사의 중요한 전략일수록 간략하고 요점만 간단히 들어가 있어야 하며 분량은 심지어 A4 3장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문제는 분량이 아니라 얼마나 회사의 현상황에 맞는 핵심 전략이 들어있느냐다. 좋은 예시가 있어 나중에 올려볼까 한다.